일리천 전투에서 크게 패한 신검의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그는 후백제의 수도이자 자신의 근거지였던 전주로 돌아가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주성에 들어가 남은 병력을 수습하고, 성을 지키며 고려군에 맞서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록은 신검이 전주가 아니라 황산 쪽으로 향했다고 전한다. 이 대목은 단순한 퇴각로의 문제가 아니라, 후백제 내부에 이미 중대한 변화가 생겼음을 보여준다.신검이 전주로 가지 못한 배경에는 박영규의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영규는 견훤의 사위였고, 순천 지역 호족 세력과 깊이 연결된 인물이었다. 그는 왕건이 후백제를 정벌할 때 고려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보였고, 훗날 왕건에게 약속받은 대로 좋은 대우를 받았다. 이것은 박영규가 단순히 말로만 귀순 의사를 밝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