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에 걸쳐 특정 지역의 통치 거점 역할을 했던 성을 치소성(治所城)이라 부른다. 치소성은 해당 지역의 중심지에 위치한 데다가 규모도 일정하게 갖추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성의 형태로는 계곡을 포괄하여 쌓은 포곡식 산성이 치소성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안동읍성 이전의 치소성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고창 전투의 정확한 전개 양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안동 지역의 중심 거점이 어디였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동 지역의 포곡식 산성은 모두 6곳이 확인된다. 성황당토성·영남산토성·천등산성·신석산성·양장산성·학가산성이 그것이다. 성황당토성의 축조 연대는 알 수 없고, 나머지 5개 성은 모두 고려 중기 이전에 축조된 성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산성은 영남산토성으로 둘레가 2㎞에 이른다. 그 다음으로 신석산성(2.3㎞)·천등산성·학가산성·양장산성·성황당산성 순이다.
현재 안동시를 기준으로 할 때 가장 가까운 곳에 소재한 산성은 영남산토성과 성황당토성이다. 학가산성과 천등산성은 현재의 안동시, 즉 조선시대의 안동읍성을 기준으로 할 때 원거리에 위치하였다. 특히 학가산은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안동대도호부 조와 영천군 조에 함께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안동 지역에서는 외곽에 해당한다. 성황당토성은 안동 중심지에서 비교적 근거리이지만 치소성으로는 규모가 작다. 양장산성과 신석산성 또한 안동시에서 원거리이며 동남쪽에 위치하였다. 이러한 사항들을 고려한다면, 통일신라시대 안동 지역의 치소성은 영남산토성으로 지목된다.
1602년에 작성된 안동의 읍지인 『영가지(永嘉誌)』에서는 안동의 주산으로 두 곳을 지목하였다. 영남산(嶺南山)과 저수산이었다. 영남산은 안동부 동북쪽으로 1리 정도 떨어진 곳에 소재한다고 하였고, 저수산은 안동부 서북쪽으로 1리 쯤 떨어진 곳에 있으며 영남산과 이어진다고 적혀 있다. 영남산토성 주변에는 저수산토성이 소재하였으며, 나머지 산성들은 그보다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다. 저수산토성의 주 축조 연대는 통일신라시대로 추정되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남산토성의 위치를 놓고 볼 때, 고창 전투 당시 중요한 근거지로 활용되었을 법하다.
영남산토성의 동쪽에는 낙동강 본류가 흘러가고 있으며, 동북쪽으로는 가수천이 흐르며 많은 골짜기를 형성하고 있다. 북쪽으로는 병산이 바라다 보인다. 동쪽 끝부분 아래 산기슭에는 임청각과 군자정이 있으며 낙동강 제방이 높이 쌓여 있다. 서쪽 끝부분으로는 과거 예안현이 있었던 도산면으로 통하는 큰 길이 뚫려 있다. 이상의 근거를 바탕으로 안동 지역의 치소성을 영남산토성으로 지목할 수 있다. 영남산은 저수산과 함께 안동의 주산이었으며, 안동 지역의 중심부에 위치하였다. 영남산토성은 낙동강 곁에 소재하여 낙동강 수계의 장악을 위한 중요한 요충지였다. 후백제군은 바로 이 낙동강 수계를 장악하기 위해 영남산토성을 포위하고 공격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이 병력이 고려군을 상대하기 위해 병산 인근에서 전진 배치된 것으로 해석된다.
고창 전투는 후삼국시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쟁 중 하나다. 이 전쟁을 계기로 후삼국의 판도와 무게추가 급속히 바뀌었다. 그간 견훤에게 우세하게 돌아갔던 정세가 고창 전투를 기점으로 왕건 쪽에 유리하게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창 전투와 관련된 기록은 많지 않은 데다가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지명을 통해 당시의 정황을 어느 정도 유추해 보아야 한다. 고창 전투는 단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 여러 차례의 전투로 구성되었으며, 기록을 토대로 929년 12월의 저수봉 전투, 930년 1월의 병산 전투, 그리고 그에 앞선 순주성 전투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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