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환기의 동아시아 질서와 그 전략적 함의10세기에서 12세기에 이르는 기간은 동아시아 국제관계사에서 당(唐) 중심의 일원적 세계 질서가 해체되고, 다원적 경쟁 체제로 이행하는 '대전환기'였다. 수 세기 동안 동아시아를 지배해온 중화 중심의 조공-책봉 체제는 당의 붕괴와 함께 그 구속력을 상실하였으며, 그 공간을 북방 유목 민족의 강력한 성장에 따른 새로운 제국들과 한족 왕조, 그리고 독자적 국가 건설에 성공한 주변국들이 채우기 시작했다.이 시기 정세 변화의 핵심적인 전략적 함의는 중국 본토 내 패권국의 부재가 주변국들에 국가 건설 및 통일의 결정적인 '기회의 창'을 제공했다는 점에 있다. 특히 한반도에서는 후삼국의 혼란을 수습하고 고려가 통일 왕조를 수립할 수 있었는데, 이는 당시 중국이 5대 10..